
저도 처음엔 살 빼겠다고 무작정 뛰었습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헉헉대며 속도를 높이던 그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역 마라톤 지도자인 황영조 감독의 훈련 철학을 접하고, 제가 얼마나 엉터리 방식으로 뛰고 있었는지 새삼 머쓱해졌습니다.
체중감량 목적의 러닝, 순서가 틀리면 역효과다
러닝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체성분(Body Composition)입니다. 체성분이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육, 지방, 수분, 뼈 등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단순히 체중계 숫자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몸의 실제 상태를 보여줍니다. 황영조 감독이 강조하는 핵심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적당한 강도로 꾸준히 달리면 근육이 생겨 체성분은 개선되지만, 오히려 체중 수치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살을 빼겠다고 시작한 러닝이 체중계 숫자를 높이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황영조 감독 본인도 은퇴 후 97kg까지 체중이 불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가 택한 방법은 러닝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식단 관리를 먼저 정착시키고, 체중이 어느 정도 줄어든 후에 점진적으로 달리기를 늘려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kg 이상을 감량했습니다. 제가 직접 이 순서를 따라보니, 처음엔 달리기를 참아야 한다는 게 오히려 더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관절에 부담을 덜 주면서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비만 상태에서 고강도 러닝을 무리하게 시작하면 관절 연골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뒷받침됩니다. 관절 연골이란 뼈와 뼈 사이를 완충해주는 조직으로, 한번 손상되면 자가 회복이 어렵습니다. 체중이 1kg 늘 때마다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은 약 3~5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https://www.koa.or.kr)). 이런 이유로 '먼저 체중을 줄이고, 그 다음 러닝'이라는 접근은 단순한 경험론이 아닌 근거 있는 전략입니다.
속도 설정도 일반인이 흔히 틀리는 부분입니다. 러닝머신 기준 5.5~6km/h, 즉 걷는 것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30분 이상 뛰는 것이 초기 목표입니다. 이 속도에서 몸이 익숙해지면 7km/h, 7.5km/h, 8km/h 순으로 서서히 올려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 정도 속도로는 운동이 되겠어?" 하며 속도를 올리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저속 장시간 러닝이 오히려 지방 연소에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황영조 감독의 러닝 다이어트 핵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식단 관리로 체중을 먼저 줄인 뒤 러닝을 시작한다
- 초기 속도는 러닝머신 기준 5.5~6km/h로 낮게 설정한다
- 몸이 적응하면 7~8km/h로 단계적으로 속도를 높인다
- 저녁 러닝보다 아침 러닝이 생활 습관 개선에 유리하다
- 아침 식사는 단백질 위주로 가볍게, 점심을 가장 푸짐하게 먹는다
시간대 선택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저녁에 지인을 만나거나 술자리가 잦은 사람이라면 저녁 러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조언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아지면 그 기운으로 더 신나게 술자리를 즐기게 된다는 설명은 웃기지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아침에 달리고 나면 몸이 피곤해져 자연스럽게 일찍 귀가하고 일찍 잠들게 된다는 것, 제 경험상 이건 꽤 강력한 다이어트 전략입니다.
마라톤정신이 일반인 훈련법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황영조 감독의 철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몬주익 언덕에서의 결단입니다. 당시 일본의 모리시타 선수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중, 오르막 정상에 올라선 순간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고 바로 스퍼트(Spurt)를 냈습니다. 스퍼트란 달리기에서 특정 구간에 갑작스럽게 속도를 폭발적으로 높이는 전술로, 상대방의 회복 시간을 빼앗는 데 효과적입니다. 평지 스피드가 뛰어난 모리시타의 장점을 완전히 봉쇄하기 위한 계산된 승부수였습니다. 경기 후 모리시타는 그 순간이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방심하지 않는 것, 그것이 마라톤의 본질입니다.
훈련 철학에도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황영조 감독은 전성기 시절 월 1,700~1,800km를 달렸다고 합니다. 반면 현재 한국의 젊은 엘리트 마라토너들은 그 절반도 뛰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현재 한국 남자 마라톤의 국가기록은 2시간 5분대로, 세계 정상급인 2시간 0분대와는 약 5분 이상 차이가 납니다. 세계육상연맹(WA)의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2시간 8분 10초 이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훈련량과 기록 사이의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출처: 세계육상연맹](https://www.worldathletics.org)).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엘리트 선수에게 통하는 훈련 강도론이 일반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요? '내가 힘들다는 것은 내가 약하다는 것'이라는 감독의 철학은 선수에게는 금언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부상이나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번아웃이란 과도한 신체적·심리적 피로가 누적되어 운동 의욕 자체가 소진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운동을 평생의 습관으로 가져가야 하는 일반인에게 번아웃은 중도 포기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즐거운 순간 멀어진다'는 경구도 저는 양면으로 봅니다. 선수에게는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요소를 경계하라는 당연한 말이지만, 일반인에게 운동이 즐거워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전달될 경우, 오히려 러닝을 고통으로만 인식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고통을 견디는 것과 함께 즐거움을 설계하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황영조 감독의 정신이 일반인과 무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 '스타트라인에서 골인 지점까지 오직 자신의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은 운동의 목적에 관계없이 깊이 새길 만한 태도입니다. 제 경험상 새벽 혼자 뛰는 시간이 쌓일수록, 운동이 외부 동기가 아닌 내면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라톤 정신의 핵심은 결국 '지금 당장 힘들어도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엘리트의 철학에서 원칙을 빌려오되, 자신의 몸 상태와 생활 리듬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 그것이 일반인이 마라톤 정신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정리하면, 황영조 감독의 조언 중 일반인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체중을 줄인 후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하는 순서, 아침 러닝으로 생활 습관을 통제하는 전략, 속도보다 시간을 늘려가는 점진적 접근법은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극한의 훈련량과 자기 채찍질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감독의 철학에서 원칙은 배우되, 자신에게 맞는 강도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급하게 속도를 높이기보다 오늘도 묵묵히 운동화 끈을 묶는 것, 그게 저만의 레이스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운동 처방 조언이 아닙니다. 부상이나 질환이 있는 분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운동 계획을 수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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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tksuQIeL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