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아침이 제일 정신이 없는 편입니다. 남편과 같이 출근 준비도 해야되고, 아기 등원준비도 해야되니 옷차림은 신경을 못썼습니다. 하지만 옷차림이 곧 자기관리라는 말을 듣고 저녁에 미리 다음날 입을 옷을 준비해 놓고 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첫인상의 55%는 외모에서 결정됩니다. 말의 내용이 아니라, 보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옷차림을 바꾸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옷차림이 곧 자기관리다.
거울 앞에 서는 일이 저에게 이렇게 의미 있어진 게 언제부터였을까요. 예전엔 편한 옷 먼저였습니다. 어차피 가까운 사람들만 만나는 하루인데, 굳이 차려입을 이유가 있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깔끔하게 정돈된 차림으로 나선 날과 그냥 입고 나간 날의 기분이 전혀 다르다는 걸 직접 겪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엔클로딩 인지(enclothed cogni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엔클로딩 인지란 우리가 입는 옷이 심리 상태와 행동 방식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입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밝혔는데, 특정 옷을 입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집중력과 자기효능감이 높게 나타났습니다([출처: Northwestern University](https://www.northwestern.edu)).
결국 옷을 입는 행위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입니다. 제가 단정하게 옷을 갖춰 입고 하루를 시작하면, 일상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 자체가 달라지는 걸 느낍니다. 이건 외모 지상주의와는 다릅니다.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대우할지 결정하는 가장 즉각적인 방식이 옷차림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문제는 더 선명해집니다. 젊을 때는 그냥 두어도 피부가 팽팽하고 몸이 건강하니 어지간해도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쌓이면 면도 상태, 코털, 신발의 청결함 하나하나가 이 사람이 스스로를 관리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됩니다. 관리의 흔적이 없으면 포기한 사람처럼 읽히는 거죠.
첫인상을 결정하는 세 가지 포인트
그렇다면 실제로 첫 만남에서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는 뭘까요. 제가 직접 의식하면서 바꿔봤을 때 체감이 컸던 것들이 있습니다.
메라비안의 법칙(Mehrabian's rule)에 따르면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언어적 내용이 전달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합니다. 메라비안의 법칙이란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안이 제시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말의 내용 7%, 목소리 38%, 시각적 이미지 55%가 첫인상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시각적으로 정돈되지 않으면 절반 이상의 신뢰를 잃는 셈입니다.
제 경험상 가장 효과가 컸던 포인트는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 핏(fit)과 청결함: 비싼 옷보다 몸에 맞는 옷이 훨씬 고급져 보입니다. 구겨지거나 늘어난 옷은 가격과 관계없이 싸 보입니다. 오트쿠튀르(haute couture)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프랑스어로 '최고의 바느질'을 뜻하며, 핵심은 몸에 정확히 맞게 제작된다는 것입니다. 고가 브랜드의 가치가 소재보다 핏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 컬러 수를 줄이는 것: 세 가지 색 이내로 코디하면 산만해 보이지 않습니다. 저도 이것저것 레이어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색을 줄이고 나서 오히려 완성도가 올라갔습니다.
- 신발과 가방: 상의와 하의가 완벽해도 신발이 더러우면 전체 인상이 무너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신발 하나가 그 사람 전체의 자기관리 수준을 대변한다고 느끼는 시선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영포티와 데코룸, 어울림의 기준
요즘 '영포티'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옷을 입는다는 뉘앙스인데, 이 단어가 왜 비판을 담고 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키케로(Cicero)가 제시한 데코룸(decorum)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데코룸이란 단순히 꾸밈이 아니라 '그 목적과 상황에 알맞으면서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로마 시대의 미학 개념입니다. TPO, 즉 시간(Time)·장소(Place)·상황(Occasion)에 맞춰 입는다는 현대 패션의 기본 원칙도 결국 이 데코룸에서 출발합니다.
영포티가 욕을 먹는 진짜 이유는 젊어 보인다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현재 자신의 체형, 피부, 상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억지로 시대를 거스른다는 인상이 문제입니다. 반대로 60대, 70대라도 자신의 나이와 체형에 맞는 스타일을 정갈하게 소화하면 그게 오히려 더 멋있습니다. 제가 파리에서 백발의 커플이 베이지 톤 정장을 완벽하게 맞춰 입고 식사하는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자기 나이를 부정하려는 욕구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스타일(style)의 어원은 로마의 철필 '스틸루스(stilus)'에서 왔습니다. 스타일이란 원래 나 자신을 표현하여 상대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기술을 뜻하는 말입니다. 유행을 쫓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것이 스타일의 본질인 셈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시니어 시크
나이가 들어도 품위 있어 보이고 싶다는 마음, 저도 솔직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젊게 보이려는 게 아니라는 걸 점점 더 실감합니다.
시니어 시크(senior chic)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시니어 시크란 특정 트렌드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나이와 삶의 무게 자체가 미적 감각이 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시크(chic)의 어원은 독일어 '쉐크(schick)'에서 왔는데, '정돈하고 추스른다'는 뜻입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궁정에서 최고의 미덕으로 꼽은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도 같은 맥락입니다. 스프레차투라란 모든 행동이 마치 노력 없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꾸안꾸'가 바로 이것입니다.
시니어 시크를 위해 제가 실제로 의식하며 실천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세를 바로 잡는다: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툭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달라집니다. 품위는 얼굴이 아니라 몸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습니다.
2. 말의 속도를 늦춘다: 급하게 말하는 사람에게서 여유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지성과 여유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3. 뺄셈의 미학을 적용한다: 샤넬이 "단순하고 편한 것이 화려한 장식보다 아름답다"고 했듯이, 군더더기를 걷어낼수록 품위가 드러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옷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일상의 선택 자체를 줄이고 정리할 때 삶 전체가 정돈되는 느낌이 납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0대 이상 소비자의 패션 소비 패턴이 '트렌드 추종'에서 '자기 표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패션산업연구원](https://www.kofoti.or.kr)). 결국 시장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입니다.
옷장을 정리하는 일이 저에게 단순한 수납 행위가 아닌 이유가 생겼습니다. 무엇을 걸어두고 무엇을 비울지 선택하는 과정이 결국 나를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연습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욕구보다, 스스로를 다정하게 대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옷을 고르기 시작하면, 옷차림은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달라짐은 거울 속 모습이 아니라 하루를 대하는 태도에서 먼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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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31YWr1riT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