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이모가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연락을 받은 날, 저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평소에 특별히 아프다는 말도 없었고, 그냥 소화가 좀 안 된다고 했던 게 전부였거든요.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운 신호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심근경색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게, 그리고 엉뚱한 모습으로 찾아온다고 합니다.
비전형적 증상: 소화불량인 줄 알았는데 심장이었다.
이모의 소식을 들은 후, 저는 심근경색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좀 충격이였습니다. 교과서적인 흉통 말고도, 심근경색이 이렇게 다양한 얼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심근경색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 일부가 괴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심장 근육이 혈액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상태가 반드시 극심한 흉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급체'입니다. 명치 쪽 불편함과 구역감이 동반되면 소화제를 먹고 버티는 분들이 많은데, 식은땀이 함께 나타나는 복부 불편감은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식은땀은 혈압 저하나 심근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해질 때 나타나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심근(心筋)이란 심장을 구성하는 근육 자체를 뜻하며, 이 근육에 산소 공급이 끊기면 수 분 내에 비가역적 손상이 시작됩니다.
또 제가 직접 공부하며 놀랐던 부분은 연관통(referred pain)이었습니다. 연관통이란 실제 병변 부위가 아닌 다른 곳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현상으로, 심장 문제가 턱, 치아, 왼팔, 어깨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치과나 정형외과를 먼저 들렀다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노인 환자나 당뇨가 있는 분들은 통증 자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위험합니다. "그냥 기운이 없다", "평소랑 좀 다르다"는 말이 심근경색의 유일한 신호일 수 있다는 것, 지인의 일이 아니었다면 저도 몰랐을 겁니다.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하는 비전형적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화불량처럼 느껴지는 명치 불편감 + 식은땀
- 흉통 없이 턱, 이, 왼팔, 어깨만 아픈 경우
- 숨을 들이쉬기 불편한 답답함 (폐 질환과는 다른 양상)
- 특별한 이유 없이 다리가 붓고, 누르면 피부가 바로 돌아오지 않는 하지부종
- 노인이나 치매 환자에서 무기력증, 식욕 저하만 보이는 경우
국내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환자의 상당수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의 조기 사망을 줄이기 위한 핵심은 증상 인지 후 신속한 응급실 내원임이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https://www.kdca.go.kr)).
골든타임과 협심증: 시술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저는 평소 고강도 운동으로 심장을 단련하는 것이 일종의 생체 보험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육아와 직장 생활로 바쁜 와중에도 의도적으로 심폐에 부하를 주는 훈련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그런데 지인의 일을 겪으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동이 심장을 강하게 만드는 건 맞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자만심까지 막아주지는 않는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1시간 이내가 가장 이상적이며, 관상동맥 중재술(PCI)은 통상적으로 증상 발생 후 3시간에서 4시간 반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관상동맥 중재술(PCI)이란 막힌 혈관에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해 스텐트를 넣거나 풍선으로 확장하는 시술을 말합니다. 이미 괴사가 진행된 조직은 시술 도중 파열 위험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그렇다면 심근경색이 오기 전에 잡을 수 있는 단계는 없을까요. 바로 협심증, 특히 불안정 협심증 단계입니다. 안정형 협심증은 계단을 오르거나 격한 감정을 느낄 때 1분 내외로 가슴이 뻐근하다가 쉬면 풀리는 형태인데, 이는 관상동맥 내경이 50~70% 가량 좁아졌을 때 나타납니다. 혈관이 70~90%까지 막히는 불안정 협심증 상태가 되면 가만히 있을 때도 흉통이 오고, 5분 이상 지속되며 식은땀이 동반됩니다. 이 단계는 급성 심근경색과 동일하게 처치해야 할 만큼 위험한 상황입니다.
협심증 진단을 위해서는 트레드밀 테스트, 즉 운동 부하 심전도 검사가 활용됩니다. 운동 부하 심전도란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며 심장에 인위적으로 부하를 줘 혈류 부족 상태를 유발하고 심전도 변화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심장 혈관 CT나 심장 혈관 조영술로 이어져 혈관이 얼마나 막혔는지 직접 확인하고 필요 시 시술까지 연결됩니다.
한국심장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은 심근경색의 5대 위험 요인으로 꼽히며,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정기적인 심장 검진이 강력히 권고됩니다([출처: 대한심장학회](https://www.circulation.or.kr)). 제 경험상 건강검진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해서 심장 혈관까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혈관 상태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경동맥 초음파 같은 추가 검사 항목을 챙기는 것이 고위험군에게는 훨씬 실질적인 예방책입니다.
흉통이 있을 때 소화제나 진통제로 버티는 것,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모릅니다. 약이 통증을 일시적으로 가릴 수는 있어도 막힌 혈관을 뚫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운동으로 심장을 단련하는 노력과,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겸손함은 함께 가야 합니다. 소화불량 같던 지인의 증상이 심근경색이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흉통이든 소화 불편이든, 식은땀이 함께 온다면 지체 없이 119를 부르거나 응급실로 향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건강은 자신감이 아니라 작은 신호 하나를 흘려보내지 않는 세심함으로 지켜내는 것이라는 걸, 이번 일이 저에게 단단히 새겨주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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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n0TXWlQ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