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안해본 다이어트가 없습니다. 한약 다이어트, 저탄고지, 원푸드다이어트, 간헐적단식 등등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이 제 의지력 부족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118kg에서 38kg을 감량한 흉부외과 전문의의 사례를 접하고 나서야, 그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실패의 본질은 의지가 아니라 몸의 대사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체중 세트 포인트: 내 몸이 살찌도록 설계된 이유
저도 황제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까지 여러 방식을 돌아가며 시도해봤습니다. 처음엔 분명히 빠집니다. 그런데 일정 체중에 도달하고 나면 신기할 정도로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조금만 방심해도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는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체중 세트 포인트(Weight Set Point)입니다. 여기서 체중 세트 포인트란 몸이 '정상'이라고 인식하는 기준 체중으로, 내분비 대사 체계 전반이 이 수치를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식욕 조절, 소화 속도, 지방 축적 효율까지 모두 이 세트 포인트를 기준으로 조율됩니다. 다이어트로 이 수치에서 멀어지면 몸은 즉각 보정 작용을 시작하고, 그 결과 식욕이 폭발하거나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간헐적 단식을 3개월 가까이 해봤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단식 시간 동안은 버텼지만, 그 이후의 식사에서 보상 심리로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됐습니다. 저탄고지(LCHF, Low Carbohydrate High Fat)를 병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서 저탄고지란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려 몸을 케토시스 상태로 유도하는 식이 요법입니다. 몇 킬로그램은 빠졌지만, 세트 포인트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느 시점부터 체중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비만 치료제
이 지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비만 치료제입니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란 식사 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장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호르몬의 작용을 약물로 강화하면 세트 포인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같은 약물이 이 계열에 속합니다.
다만 이 약물들은 부작용도 분명합니다. 메스꺼움, 구토, 소화 불량, 변비 혹은 설사가 흔하게 보고되며, 단계를 건너뛰고 용량을 올릴 경우 입원이 필요한 수준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 환자, 갑상선 수질암 이력이 있는 경우,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경우는 교과서적인 금기증에 해당하므로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던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이 약을 복용한 사례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데 초반 적응 기간의 불편함이 상당했습니다.
비만 치료제를 고려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만성 췌장염, 갑상선 수질암 이력 등 금기증 해당 여부
- 복용 단계(용량 증량 일정)를 반드시 준수할 것
- 약물 중단 후 요요 방지를 위한 운동 및 식습관 병행 계획
- 전문의 처방 및 정기 모니터링 여부
올바른 식습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틀렸던 것들
솔직히 저는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으면 끊을수록 좋다고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저탄고지가 유행하던 시기에 밥을 아예 안 먹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것 같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 에너지 섭취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50% 수준일 때 사망률이 가장 낮게 나타납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https://www.kosso.or.kr)). 뇌와 심장 같은 주요 장기는 포도당을 주요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몸은 단백질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드는 당신생합성(Gluconeogenesis) 경로를 활성화합니다. 여기서 당신생합성이란 포도당 이외의 원료, 즉 아미노산이나 글리세롤 등을 이용해 간에서 포도당을 새로 합성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근육이 분해되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결국 살찌기 더 쉬운 몸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밥을 끊었던 시기에 오히려 쉽게 지치고, 운동 효율도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중요한 건 탄수화물의 종류입니다.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가 높은 단순 탄수화물은 피하고, 복합 탄수화물을 선택해야 합니다. 혈당지수란 특정 식품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상승하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을 급격히 올려 인슐린 과다 분비를 유발하고 지방 축적을 촉진합니다. 백미나 설탕, 과당이 든 탕후루 같은 식품이 여기에 해당하고, 잡곡밥이나 통밀빵, 호밀빵은 상대적으로 GI가 낮아 혈당 변동폭이 작습니다.
또 하나, 일반적으로 배에 힘을 주거나 반신욕으로 복부 지방을 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습니다. 반신욕 후 체중이 줄어 보이는 건 수분 손실일 뿐이고, 탈수 상태에서 체지방 측정기로 측정하면 생체전기임피던스(BIA) 방식의 특성상 전류 흐름이 달라져 체지방률이 낮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생체전기임피던스란 몸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 체내 수분과 지방의 비율을 추정하는 체성분 측정 방식입니다. 수분이 부족하면 전기가 덜 흐르고, 그 결과 지방이 더 많은 것처럼 혹은 더 적은 것처럼 오독될 수 있습니다.
술도 다이어트의 결정적 변수입니다. 알코올 자체가 지방 산화(Fat Oxidation)를 억제합니다. 지방 산화란 체내 지방산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로 분해되는 과정인데, 알코올이 간에서 우선 대사되는 동안 지방 분해는 사실상 중단됩니다. 한국인의 음주 패턴 연구에서도 과도한 음주가 복부 비만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https://www.nhis.or.kr)).
결국 제가 수년간 시도했던 방법들을 돌아보면,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올바른 원칙을 꾸준히 지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배고픔을 느끼는 정도에서 숟가락을 내려놓고, 매일 10분이라도 숨이 찰 정도로 움직이고, 충분히 자는 것. 뻔하게 들리지만, 이 원칙들을 실제로 지속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또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 아닙니다. 다만 약물은 세트 포인트를 무너뜨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 기회를 살려 운동 습관과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약을 끊는 순간 몸은 다시 익숙한 체중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기술적 도움과 행동 교정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숫자에 집착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올라가고, 이는 오히려 복부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식단보다 내일도 지속할 수 있는 작은 습관 하나를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비만 치료제 복용 및 식이 요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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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fRC_uGTGlU